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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증인 영화, 마음을 보면 진실이 대답한다

어느 날 마을에서 노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의 변호사 순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 사건을 맡게 된다. 문제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열여섯 고등학생 지우는 자신마의 세계에 빠져 소통이 어려운 자폐아였기 때문이다. 순호는 어떻게 해서든 지우를 법정에 세워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해야만 한다. 그는 지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퀴즈 책을 사서 퀴즈를 내는 방법으로 친근하게 접근한다. 지우는 짧고도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퀴즈의 정답을 순호에게 문자로 보낸다. 순호는 지우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조금씩 지우를 이해했다고 판단한다. 이제 남은 것은 재판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우의 질문을 받아내는 것만 남았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순수한 지우의 질문은 변화의 기로에 선 순호의 인생에 일어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지우는 조금은 서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오만과 편견을 넘어 그것을 이해하려는 누군가의 노력이 증인과 변호사로 마주해야 하는 두 사람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궁금하다.

이한 감독, 담담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영화

서로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을 그린 영화 증인은 담담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가 있고, 깊이 있는 대사가 마음에 남는 영화이다. 만든 이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느껴지는 영화 증인이다. 증인을 연출한 이한 감독은 전작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두 작품 모두 사회적 문제를 섬세한 시선으로 접근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1년에 개봉한 '완득이'는 5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흥행작이었다. 다문화 가정에서 청소년으로 성장을 하면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완득이'와 선생님 '동주'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우아한 거짓말'도 14살 소녀 '천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 뒤를 남겨진 가족이 추적해 가는 이야기였다. 이한 감독은 2002년 '연애소설'로 데뷔해 총 7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연애소설', '청춘만화', '새사랑'은 슬픈 멜로 영화였다면,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오빠 생각', '증인'은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연출했다. 사회적 테마를 다루지만 이한 감독은 그것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많은 사람들이 자극적 설정 없는 착한 영화에 대한 우려를 들었지만, 이한 감독은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출을 했다. 그 결과 영화 증인은 253만 관객을 동원해 놀라운 흥행을 보여줬다.

정우성과 김향기 배우의 향기로운 만남

신선한 조합의 정우성 배우와 김향기 배우의 만남은 첫 만남이 아니었다. 두 배우는 17년 만에 재회한 사실이 알려져서 화제가 됐었다. 2003년 제과 광고에서 촬영하면서 두 배우가 만났으며, 그때 당시 김향기 배우의 나이가 생후 29개월이었다. 정우성이 연기한 증인의 순호는 이전에 정우성이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굉장히 질감이 다르다. 정우성의 최근 작품들을 살펴보면 영화 '아수라'에서 경찰이자 범죄자 한도경 역을 맡았고, 영화 '더 킹'에서는 권력에 집착하는 부장 검사 '한강식' 역을 맡았다. 그리고 영화 '강철비'에서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맡아서 연기를 잘 보여줬다. 선 굵은 장르 영화에서 거친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정우성 배우가 이번 영화 '증인'만큼은 자연인 정우성의 매력이 정감 있고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나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순호는 파킨슨병이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인데 민변 변호사로 일하다가 대형 로펌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야망을 펼쳐 나가려고 한다. 지우가 목격한 살인 사건 이후 변화하는 캐릭터로 새롭게 보이는 정우성의 생활 연기는 담백하게 보인다. 지우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순호의 모습은 두 사람의 소통 과정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영화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담담한 생활 연기 또한 이제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정우성의 매력을 더 어필한 것 같다. 영화의 시선은 순호가 이끌어가지만 감정의 증폭은 지우가 이끌어간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역할의 연기는 쉽지 않다. 어설픈 접근으로 표현해선 안 되는 지우의 이야기를 배우 김향기는 말투, 눈빛 빛, 걸음걸이 등 잘 연기를 해서 이한 감독은 김향기가 천재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김향기 배우는 19세 나이에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줘 10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천만 관객 영화인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덕춘' 역으로 연기력과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증인 영화에서 보면 지우와 순호만의 독특한 전화 통화로 퀴즈를 풀며 소통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미묘하게 변화하는 지우의 감정을 볼 수 있다. 김향기 배우만의 섬세한 연기로 자기만의 연기 세계를 잘 어필해 보여줬다. 영화 증인은 그야말로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증인이다.

잔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

영화 증인은 장애인이다, 아니다가 아닌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주제 의식을 강조한다. 장애에 관한 영화 중 단연 진전된 시선을 보여준 영화이다. 윤리적 메시지를 자극적으로 웅변하지 않고 잔잔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나도 몰랐던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영화를 보며 깨닫게 된다. 순호는 의뢰인의 무죄를 위해 지우의 증언을 무의미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실언을 하며 지우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하지만 순호처럼 지우를 믿지 않았던 우리의 편견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순호는 목적을 가지고 다가갔지만 지우를 통해 변화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그는 사회정의를 추구했던 민변 출신의 변호사였으나 가정적인 문제와 자신의 출세에 대한 현실에 순응해 대형 로펌에 들어가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재판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진실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지우'의 용기는 '순호'를 변화시킨다. 이 영화는 순호가 지우를 통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영남 배우와 김향기 배우의 특별한 인연

장영남 배우가 지우의 엄마 역을 맡았는데, 두 배우의 모녀 연기는 증인까지 네 번째이다. 2009년 드라마 '히어로'에서 첫 모녀 연기를 했었고, 그다음 영화 '늑대소년', '눈길'에서도 모녀 연기로 함께했다. 영화 후반부 법정 장면에서 지우의 시선으로 보는 장면이 등장을 하는데,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미국의 '칼리'라는 사람의 영상을 바탕으로 해서 김향기 배우가 직접 머리에 카메라 장치를 하고 촬영을 했다. 영화를 보면 그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세상이 이렇게 보이는구나라고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 영화에 굉장히 중요한 소품이 등장하는데 바로 파란 젤리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파란 젤리는 영화를 위해서 만든 소품으로 젤리 제작 비용이 7백만 원정도 들었다고 한다.

법률 드라마로서의 매력

영화 전반부는 두 인물의 감정과 사연 전달에 집중을 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본격적인 법정 드라마의 힘이 느껴진다. 기존 법정 드라마의 경우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주를 이뤘다면, 증인의 경우 자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차곡차곡 쌓아온 복선들이 드러나는 법정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영화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분명히 개연성 있는 전개로, 영화 속 숨겨진 복선들을 찾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을 준다. 영화에 긴장감을 준 용의자 '미란'이란 캐릭터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영화 증인은 자연인 정우성의 선선한 매력에 법정 드라마의 짜릿한 반전을 볼 수 있다. 마음으로 보면 진실이 대답한다. 영화 증인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힐링이 되어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