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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사라진 딸을 흔적
'서치'는 한국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2018년 가을 최고 화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춘기 딸 마고와 통화 중 전화가 끊어지고, 데이비드는 늦은 밤 걸려온 딸의 전화를 받지 못한 채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데이비드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딸이 간밤에 집에 들어온 흔적도 없고, 문자와 전화도 되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뒤늦게 딸이 갈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피아노 선생님에게 전화해 수업 중인 딸을 바꿔 달라고 하지만 6개월 전에 그만뒀다는 말을 듣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며, 친구들에게 마고의 행방을 물어본다. 그런데 자신이 알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제야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실종 신고를 하게 된다. 얼마 뒤 경찰의 추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고가 모두를 버리고 집을 떠났을 거라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나 딸의 SNS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 데이비드는 마고가 가출한 것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건에 휘말렸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딸, 곳곳에 흩어진 딸의 흔적 속에서 그가 찾아낸 진짜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디지털 시대 최적화된 스릴러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랜선 스릴러 영화 역사상 가장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스릴러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영화 '서치'이다. 저예산 영화인데 흥행 성적이 북미 수익 2천4백만 달러 수익을 내서 굉장히 놀랍고, 한국에서는 2천1백만 달러 수익을 달성했다. 영화를 본 처음에는 당황스럽다. 그 이유는 인터넷 화면인지 극장 스크린인지 헷갈리고, 혹시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평론가들의 우려에도, 실험적인 형식의 기법에 압도되면서 보게 된다.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다. 딸이 사라지고 난 뒤, 딸의 행적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전형적인 스릴러의 설정으로 시작되지만 딸을 찾기 위한 추적 과정이 모바일, 컴퓨터, CCTV 등 완전히 새로운 화면으로 전개한다. 영화 관람객 중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에 20대 관객이 무려 47.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30대가 25.3%를 보았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컴퓨터 화면을 영화 스크린에 구현은 '서치' 이전에도 시도되었던 설정이었다. 2015년 '언프렌디드'라는 영화로 컴퓨터 화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식이었고, '서치'의 제작자가 참여하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13일 동안 촬영한 후 2년간의 영상 제작
영화 내내 채팅 화면으로 진행이 되어 조금 스타일이 단조로운 반면에 '서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기발한 화면 배치를 통한 흥미로운 전개이며, 영화를 컴퓨터 화면에 가두는 제한적인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확장시켜 가는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영화 촬영 기간은 13일밖에 되지 않지만, 영상 제작 기간이 2년이 걸렸다. 단번에 영화를 이해시켜주는 영리한 오프닝 시퀀스로 이 영화가 어떠한 영화가 될 거라는 것을 단번에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이 아주 익숙한 컴퓨터 배경 화면부터 시작해서 데이비드 가족의 역사를 홈비디오나 영상통화, 스케줄러, 검색기록 등 수많은 디지털 기록들을 통해 보여준다.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은 길게 보여주지도 않고, 슬픈 대사도 없다. 하지만 그 어떤 대사가 있는 것 보다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픽사 애니메이션인 '업'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었다. '업'에서도 그랬듯이 짧은 단편 영화처럼 주인공의 삶이 펼쳐지는데 초반에 굉장히 감정적인 정서를 트랙으로 깔아놓으면서 시작을 하게 된다.
특이한 이력의 아니쉬 차간티 감독
서치의 포인트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연출 방식이다. 예를 들면 컴퓨터가 꺼지면서 화면이 전환되는 기막힌 기법과 뭔가 몽환적이고 무서운 스크린 세이버, 아빠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 듯한 컴퓨터 바탕화면이 그렇다. 어떻게 이런 혁신적이고 젊은 감각의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었을까 했는데, 2018년 개봉 당시 1991년생 27세의 젊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었다. 한국에서는 보통의 남자라면 군대 다녀와서 취업 준비할 나이에 이 영화를 만든 것이다. 인도계 미국인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실리콘 벨리 IT업계에서 일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런 영향을 받아서 감독 데뷔전에 구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감독이 구글에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일종인 구글 스마트 안경을 통해 선보인 단편 영상 때문이었다. 단편 영상 내용은 한 남자가 고향 인도에 있는 엄마가 있는 마을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100% 구글 스마트 안경만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극적인 전개도 없는데 뭉클한 감동을 주는 단편 영상으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24시간 만에 100만 뷰 돌파하게 되었다. 구글은 이것을 보고 아나쉬 차간티를 스카우트하였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이미지 메이킹 파트에서 2년 동안 일을 하였고, 퇴사한 다음에 이 영화를 통해서 감독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서치'의 탄생 비화
'서치'의 아이디어는 굉장히 우연한 에피소드로 시작하게 된다. 영화 프로듀서가 동료와 스카이프로 회의를 마쳤는데, 동료가 깜빡하고 프로그램을 끄지 않아서 라이브로 동료의 모습을 계속 보게 된다. 동료가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SNS에 댓글을 달고, 그밖에 컴퓨터 앞에서 하는 많은 행동들을 보게 된다. 그때 새삼 느낀 건,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고 그것을 표현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SNS에서 글 하나 올릴 때 또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얼마나 고민을 하면서 보내게 되고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뉘앙스들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이 영화의 처음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재미있는 게 영화 속에서 딸이 실종되자 아빠가 딸의 SNS와 같은 디지털 기록들을 샅샅이 뒤져가지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그것은 실제 경찰이 사용하는 수사 방법으로 디지털 포렌식 수사라고 한다. '서치' 영화가 개봉했을 때 경찰은 영화의 아이디어를 증거 인멸에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고 한다.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서치' 제작 비하인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SNS 계정이라든가 거기에 나오는 채팅창, 브라우저, 동영상 등 영화 속 모든 인터넷 화면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 낸 것으로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영화이다. 그래서 인터넷 공간이 영화에 등장할 때 가끔 어설프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실존하는 인물처럼 보여 준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5명의 편집자가 2년간 편집해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고생이 헛되지 않았던 게 흥행 성적이 상당히 좋았고, 2018년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였다. 서치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며, SNS의 무서움과 무심한 익명 랜선 친구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인의 온라인 생활과 오프라인 생활 두 가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구글 데이터 과학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검색창을 통해서는 어두운 내면이 드러나는 반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SNS에서 드러내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서치'도 실생활과는 다른 SNS 속에서 인간관계의 중요한 측면도 보여준다. 딸 마고의 실제 모습과 SNS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 자주 등장하고, 온라인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 대해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NS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보이는 이들이 과연 진짜 친한 친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아빠 데이비드와 딸 마고도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며, 한 익명의 랜선 친구와 교감하는 마고는 진짜 속마음을 말하기도 한다. 현실 세계가 아닌 디지털 세계에 의존하는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조명하면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서치' 출연을 고민했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한국계 배우 존 조의 탁월한 연기도 한 몫했다. 서치의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행복한 중산층 가장으로 나오며,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캐스팅 1순위 배우가 존 조였다고 한다. 하지만 존 조는 처음에 거절을 했는데 그 이유는 제한적인 설정에서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또 인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배우가 직접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가정의 끈끈함을 보여 준다는 부분에 공감을 해서 아주 열성적으로 연기를 했다고 한다. 1972년생인 존 조는 촬영 당시 46세로 극 중 배역의 나이와 거의 유사한데 워낙 어려 보이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했다고 한다. 존 조 외에도 한국계 배우들이 다수 캐스팅되어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특히 딸 마고 역의 배우 '미셸 라'는 고등학생으로 나오지만 실제 나이는 촬영 당시 31세였다. 그리고 엄마 파멜라 역의 배우 '사라 손'은 한국에서 가희, 손담비와 함께 걸그룸 'S-Blush'로 잠깐 활동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인 중산층 가정이 중심으로 나온 흔치 않기 때문에 영화 인물 설정이 굉장히 반가웠다. 영화 '서치'는 창조적인 스릴러에 치밀한 연출력을 결합된 작품으로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호한다면 꼭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