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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천재 해커 리스베트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를 찾아 처단하는 악의 심판자는 베일에 가려진 천재 해커 리스베트이다. 어느 날 한 남자로부터 위험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자신이 개발한 프로젝트이자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인명을 헤칠 수 있는 비밀 소프트웨어를 리스베트에게 빼내 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 해커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미 국가안보국에 방어막이지만 리스베트는 간발의 차이로 프로젝트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하고 의뢰인에게 물건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이를 노린 낯선 불청객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동안 누구도 알지 못했던 리스베트의 은신처가 발각되고 신분까지 노출되고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된다. 범인들이 반드시 의뢰인을 찾아올 거라 확신한 리스베트는 의뢰인의 주변을 지키며 범인들을 기다린다. 얼마 후 드리어 모습을 드러낸 범인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리스베트의 행적을 낱낱이 꿰뚫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노리는 거대한 범죄 조직과 모든 걸 조정하고 있는 미지의 존재가 있다. 과연 리스베트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숨겨진 위험한 실체를 밝혀 낼 수 있을까?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밀레니엄 시리즈의 위력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로 또 한 번 관객들을 사로잡은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액션 스릴러 장르 영화 중에 주인공과 빌런이 모두 여성인 영화는 정말 드문데, 그런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밀레니엄 시리즈의 위력을 제대로 입증한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영화 속 서늘한 풍경에 여주인공 클레어 포이의 매력이 돋보이는 황량한 표정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영화이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 영화에 앞서서 원작에 대해 먼저 알아보면, 전 세계 52개국에서 9천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시리즈이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거미줄에 걸린 소녀'까지 총 4편이다. 처음으로 2009년에 스웨덴에서 영화로 제작이 되고, 2011년에 할리우드에서 데이비트 핀처 감독이 리메이크해 개봉했다. 그리고 2018년 7년 만에 리부트 해서 나온 작품이 '거미줄에 걸린 소녀'이다. 영화를 리부트를 해도 밀레니엄 시리즈의 상징인 주인공 리스베트의 인상은 정말 강렬하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강렬한 피어싱을 하고 등에 큰 용 문신이 있어 상당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리스베트', 강렬한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이다. 이제까지 세명의 여배우가 리스베트 역을 연기했으며, 처음 스웨덴에서 제작이 했을 때는 누미 라파스 배우가 걸 크러쉬의 모습을 잘 재현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을 때는 '리스베트' 역의 루니 마라 배우가 연기했으며, 소설 속에서 그대로 나온 듯한 모습으로 각광을 받았다. 세 번째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는 클레어 포이 배우가 리스베트 역을 맡았고, 중성적이면서 차가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시대적인 감수성과 잘 맞는 걸 크러쉬의 모습을 새롭게 창조해 냈다.
할리우드 장르의 거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
이 영화의 제작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맡았다. 그는 앞서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연출했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장르의 거장이라 불리며, '나를 찾아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세븐'을 연출했다. 이번 영화에는 제작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영화감독을 영입했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의 영화감독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며, 많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실력파 감독이다. 이 감독인 연출한 '맨 인 더 다크'라는 영화를 많이 봤을 텐데, 훌륭한 스토리텔링은 물론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백미이다. 이런 부분이 '거미줄에 걸린 소녀' 영화에서도 감독의 장기가 잘 나타나고 있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고, 실제로 보면 모두가 납득이 되고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고 마지막까지 봐야만 하는 요소들을 영화 중간중간에 많이 볼 수 있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흡입력 있는 스토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전 세계 1억 명의 독자들이 있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독자들의 응원에 마음 든든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전작과 '거미줄에 걸린 소녀'의 차이점을 보면, 전작들은 주인공이 일련의 살인 사건을 통해서 과거로 들어간다. 반면 2018년 영화에서는 리스베트의 개인사와 거대한 사건의 결합해 이야기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전작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늘어나고 첩보 영화적인 특징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첩보 영화의 긴장감과 리스베트의 가족사가 절묘하게 잘 섞여 조화를 이룬다.
원작 소설과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작가의 원작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작가보다는 원작 1편부터 3편까지 쓴 스티그 라르손 작가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훨씬 더 부각된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미카엘의 캐릭터가 자기 자신을 많이 반영해 자신과 흡사하다고 한다. 스티그 라르손은 실제 스웨덴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굉장히 강한 신념을 가지고 반파시즘 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생애 첫 장편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하였으나 출판되기 6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 원작자가 세상을 떠난 뒤 대성공을 이룬 밀레니엄 시리즈, 사실혼 관계의 여성 에바 가브리엘손이 있었으나, 에바 가브리엘손이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을 포함한 권리를 아버지와 동생이 상속받았다. 아버지와 동생은 1편부터 3편까지를 참고해서 4편을 출간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작가를 고용해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집필하였고 이 작품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리스베트 역이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캐스팅 경쟁도 치열했다.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로는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엠마 왓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많은 배우들이 있었다. 실제로 이 배우들 중에 오디션을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꼭 맞는 매력을 선보인 클레어 포이로 낙점이 되었다. 정말 잘 어울리는 캐스팅으로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멋진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 리스베트
리스베트는 모든 국가 기관의 정보망까지 해킹할 수 있는 천재 해커이다. 그리고 전투적이면서 위기 대처 능력도 굉장히 탁월하다. 그녀의 가족사가 드러날수록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이고 어둠과 슬픔이 드러난다. 영화 중반부에는 리스베트만큼이나 강력한 캐릭터인 쌍둥이 자매 카밀라가 숙적으로 등장한다. 리스베트와 카밀라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 헤어지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카밀라는 국제 해커 조직의 수장이 되고, 리스베트는 천재 해커이자 악의 심판자로 등장한다. 두 자매가 적으로 마주했을 때 카밀라 역을 맡은 실비아 획스 배우의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실비아 획스 배우는 '블레이드 리더 2049' 영화에 등장해서 최고의 악당으로 살벌한 액션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존재감이 정말 강렬한데, 금발과 빨간 의상으로 여성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북유럽 배경과 역대급 액션 장면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보면 배경과 액션이 확실히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화려한 스케일의 할리우드 스타일 액션이 아닌 광활한 설원에서 느껴지는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빙판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액션이나 설원을 배경으로 무차별 총격이 벌어지는 장면은 서늘한 느낌을 주며, 후반부 스나이퍼가 장거리에서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장면은 인터넷 게임을 보는 듯하고 관객들에게 쾌감을 준다. 그리고 건물이 폭발해 화염에 휩싸여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장면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게도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또 차량을 해킹해서 에어백을 강제로 터지게 만드는 장면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 구성으로 영화적 재미 역시 출중한 영화이다. 북유럽의 대자연과 뛰어난 액션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