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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극한직업'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오늘도 불철주야 눈에 불을 밝히고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리는 마포구 마약 팀원들은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지만 현실을 늘 답답하기만 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 반장은 해체 위기의 마포경찰서 마약반을 구해내야만 한다. 웬일인지 쓸만한 정보를 굴리는 후배 형사의 말에 따르면, 국내 최대 마약상 '이무배'를 검거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새로운 작전을 세울 것인가. 고민 끝에 고 형사와 마약 팀원들은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치킨집을 인수한다. 잠복에 나선 형사들은 모두 한 가족으로 위장하지만, 손님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시로 들이닥치는 손님들 때문에 잠복근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작전을 바꿔 본격적인 치킨 장사에 나서기로 한다. 갑자기 손꼽히는 맛집이 되어버린 작전본부! 이쯤 되면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될 때쯤, 드디어 앞집 녀석들에게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그들은 이날을 기다리면서 수백 마리의 닭을 잡아 왔다! 최고의 흥행 맛집이 된 형사들의 치킨집처럼 이들의 수사 역시 믿기지 않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영화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가성비 영화 극한직업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근무! 2019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극한직업이다. 영화 콘셉트 데로 맛있게 대사의 디테일이 살아있어 즐기면서 볼 수 있으며, 오랜만에 만나는 짜임새 있는 코미디 영화다. 극한직업은 천만 관객을 웃게 만든 생활 속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이 얼마나 이런 코미디를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1,626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는 1위 '명량' 1,760만 관객이 들었으며, 3위 '신과 함께(죄와 벌)' 1,440만 관객이 들었다. 4위는 '국제시장' 1,420만 관객, 5위 '어벤저스(엔드 게임)' 1,397만 관객이 들었다. 극한직업이 더 놀라운 건 흥행은 2위지만 '명량'이 개봉된 이후 인상된 극장 관람료 때문에 역대 한국 영화 매출 1위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가 65억 원, 총제작비는 95억 원으로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된 비용이며, 총매출액은 1,376억 원으로 무려 14.4배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극한직업은 가성비 측면에서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높은 가성비를 올린 영화로 등극했다.

극한직업 천만 관객을 웃긴 생활밀착형 코미디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극장가에 경쟁 작품이 없었다는 점으로 대진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근래에 보기 드물게 코미디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예전 한국 코미디 영화의 경우 억지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극한직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에 집중했다. 코미디 범죄 수사 장르로 영화 후반부에서 액션 쾌감을 충족해줬기 때문에 흥행했던 이유이다. 또 생활인으로서 형사를 조명해 공감을 이끄는 전개로 관객들이 많이 공감을 했다. 제6의 멤버라 할 수 있는 치킨 또한 흥행에 한몫을 했다고 본다. 치킨이 영화에 잠깐 나오는 게 아니라 총 24회에 걸쳐 등장한다. 생닭부터 시작해서 수원 왕갈비 통닭까지 다양한 종류의 치킨을 준비했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 푸드 트럭이 항시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기발한 설정과 유머들

수사 때문에 위장으로 치킨 집을 차렸는데, 그 집이 맛집으로 대박 나 감탄을 부르는 기발한 설정이다. 2015년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에서 발굴된 시나리오이다. 신인 문충일 작가의 초고에 '완벽한 타인'을 썼던 배세영 작가와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이 각색을 했다. 코미디 영화다운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전개가 있을 법한 일들로 거부감 없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영화 시작할 때부터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나온다. 어설픈 수사를 펼치는 마약 팀원들을 보고 있으면 해체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해체 위기의 팀이었으나 치킨집을 하며 달라지는 팀원들이 이렇게까지 능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나중에 수사보다 장사에 집중하는 상황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치킨 장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형사들의 모습이 강력한 웃음 코드가 된다. 예전 한국 코미디 영화의 경우 과장된 감동과 웃음에 집착해 코미디 영화로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너무 감동과 웃음을 주려다가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냉소를 짓기도 했지만, 극한직업은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억지웃음이 아닌 개연성 있는 전개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제대로 엮인 환상의 팀워크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을 보면 원래 이렇게 웃긴 사람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특급 케미를 자랑한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는 류승룡으로 이 영화 전에 천만 영화 경험이 많은 배우다. '광해(왕이 된 남자)' 1,230만 관객, '7번 방의 선물' 1,280만 관객, '명량' 1,760만 관객이 들었다. 그리고 극한직업까지 천만 관객 영화가 네 개가 되었다. 류승룡의 코미디 연기는 많은 사랑을 받는데, 그 이유는 류승룡 배우만의 고유의 톤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배우다. 극한직업에서 맡은 역은 고 반장으로 조금은 비굴해 보이면서도 귀엽다. 실적 없는 팀의 리더이고 집안에서는 아내의 말에 복종하는 코믹한 캐릭터이다. 또 다른 대세 배우 진선규는 마형사 역을 맡았으며, 마 형사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나오며 수원 왕갈비 통닭을 만든 장본인으로 의외의 솜씨로 대박집을 만들게 된다. 매력 만점 장 형사 역의 이하늬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충무로 대표 미녀 배우이다. 이하늬 배우는 못생기게 보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촬영했으며,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가장 불쌍한 캐릭터인 형사 영호 역의 이동휘 배우는 수사 의지가 충만하며, 팀원들이 장사에만 신경 쓰고 자신만 수사하는 상황에 불만을 가진다. 공명 배우는 열혈 막내 재훈 역으로 신인 배우이지만 많은 장면에서 웃음을 준다. 이병헌 감독이 원했던 마 형사의 헤어스타일이 원래는 긴 머리카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선규 배우가 영화 사바하에 출연을 하게 되면서 변경이 되었다. 차라리 짧은 머리로 가자면서 래퍼 비와이 헤어스타일로 참고했다. 마약 조직원으로 출연한 박재홍 배우의 독특한 이력이 있는데, 2018년 화재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구조하면서 의인으로 선정되어 표창장을 받았다. 그래서 의인으로 선정되어 2019년 초 대통령 해돋이 산행에 초대되어 함께 했다. 속편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다. 속편을 만든다면 시나리오 초고에는 피자집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 이 설정을 살려서 속편으로 이어질지는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병헌 감독만의 독특하고 재밌는 대사

영화감독인 이병헌은 특유의 독특하고 재밌는 대사의 대가이다. 2015년 선보인 전작 '스물'에서도 빵빵 터지는 대사들이 많았으며, 아무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병훈 감독 영화들은 대사가 새롭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하게 보이는 면들이 있다. 극한직업 영화는 베테랑 배우들과 중독성 있는 대사와 결합이 되면서 감독이 쓴 대사가 훨씬 더 재미있게 촬영됐다. 단순히 웃기기만 대사가 있는 게 아니라 공감 가는 메시지가 담긴 대사들도 있다. 이 영화의 최고의 명대사는 "네가 소상공인 잘 모르나 본데 우리는 다 목숨 걸고 해"로 서민의 마음을 표현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다. 형사와 치킨집 사장님을 월급쟁이와 중소 상인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범할 수 있었던 경찰 코미디 영화에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웃음의 코드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